백제의 '마지막' 흔적일까…부여 관북리 유적서 옻칠 갑옷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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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흔적일까…부여 관북리 유적서 옻칠 갑옷 확인
  • 정예원 기자
  • 승인 2024.02.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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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이어 두 번째…등자·말 뼈 나와 일부는 말 갑옷 추정
폐기된 유물·불에 탄 흔적도 발견…"백제 멸망 당시 혼란한 상황 유추"
출토된 칠피갑옷을 살펴보는 최응천 문화재청[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말뼈 중 하악골 출토 모습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호 구덩이에서 나온 칠피갑옷 세부 모[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인뉴스] 백제 사비 도읍기(538∼660) 왕궁터로 거론되는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옻칠한 갑옷의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27일 "관북리 유적 내 왕궁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터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6곳의 구덩이에서 칠피갑옷 조각과 갑옷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칠피갑옷은 옻칠한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갑옷을 뜻한다.

백제 역사·문화권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것은 2011년 공주 공산성 이후 두 번째다. 공산성 내 저수시설 터에서 가죽에 옻칠을 한 말 갑옷(마갑·馬甲) 등이 나온 바 있다.

갑옷 흔적은 왕궁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여겨지는 건물 주변을 조사하던 중 발견됐다.

중심 건물의 주변을 둘러싸도록 만드는 긴 건물인 장랑식(長廊式) 건물로 추정되는 일대를 살펴본 결과, 30m 범위 안에 있는 구덩이에서 갑옷 조각 등이 나왔다. 장랑식 건물은 궁궐이나 사찰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으나, 이후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의 미늘과 이를 연결한 원형 구멍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늘은 일정한 크기의 조각으로 구성된 갑옷의 개별 단위를 의미한다.

특히 2호로 명명된 구덩이에서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갑옷 조각이 발견돼 주목할 만하다.

이 갑옷은 현재 남아있는 조각의 폭이 18.2㎝, 너비는 49.2㎝이다. 미늘의 길이는 7.5∼7.8㎝, 너비는 4.2∼4.4㎝로,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구멍은 0.2∼0.3㎝로 파악됐다.

주변에서는 말 안장 부속품으로 발을 받칠 수 있는 등자가 출토됐고, 인근의 다른 구덩이에서는 말의 아래턱뼈로 추정되는 동물의 유체가 확인됐다.

연구소는 "기존 공산성에서 발견된 갑옷 사례,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 상황과 갑옷 형태 등을 고려할 때 2호 구덩이에서 나온 갑옷은 말 갑옷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다른 구덩이에서 나온 갑옷 조각과 미늘도 분석하고 있다.

일부 조각은 미늘의 너비가 2∼3㎝ 정도인 것으로 추정돼 사람이 입은 갑옷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공산성의 경우, 구덩이를 깊게 판 뒤 갑옷을 짚 등으로 감싸 묻어둔 형태인데 관북리 사례는 조금 다르다"며 "6곳에서 찾은 갑옷 흔적이 하나의 개체인지, 여러 유물인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북리 유적과 공산성에서 나온 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있었는데,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북리 유적은 사비 백제기의 왕궁터를 논할 때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다.

1982년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전각(殿閣·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뜻함) 건물이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건물터와 연못 흔적, '+' 형태로 교차하는 도로 유구 등이 나온 바 있다.

유적 일대에서는 현재 16차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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